2008년 01월 13일
"서울 같지 않은(?) 서울'부암동'"

일주일이 다르게 카메라를 메고 건너편에서 카페를 찍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앞치마를 메고 테이블을 닦는다던가 가래떡을 썰고 있으면 그 모습을 기다렸다 찍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지에서 현지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찍고 싶을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몹시 궁금하다.
사실 그들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 이라기 보다는 여행지에 있는 여행풍경들 중 일부로 느껴지지 않나..
내가 그때의 역활바꿈이 된것 같다.
말할수도 들을수도 없는 풍경인것 처럼 마치 진달래를 찍듯 찍고 가버린다.
처음엔 뿌듯하다가도 몇번이 반복되면 참 우습게 보인다.
며칠전에는 번쩍번쩍하는 외제차에서 검은 롱코트를 휘날리며 한무리의 아저씨들이 내리더니 커다란 지도를 펼쳐들고 카페와 옆 건물들을 가리키며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게 보였다. "여기여기 건물을 허물고 종합 상가를 들이면 입지조건이 괜찮을것 같은데.." 들리지도 않는데 그 표정이 그 손가락 놀림이 꼭 그렇게 말하는것처럼 느껴졌다.
어제는 처음 보는 한 아주머니가 아주 반갑게 카페를 들어오시더니 여기 이 카페가 중앙일보에 대문작만하게 실렸는데 봤냐고 하시며 과장스럽게 좋아하신다.
대체 누구실까...하며 의아해 하고 있자니 메모지에 집주소와 연락처등등을 적어주시며 집을 전세 내려고 하니 카페에 오는 손님들에게 소개를 좀 해주면 소개비를 챙겨주겠다고 하신다.
그냥 보기에도 전세비가 이동네에서 예전에는 말도 되지 않았을 비싼 금액이다.
오늘은 카페에 나오자 마자 맞은편 클럽에스프에소 앞에 광주관광이라 쓰인 전세버스가 서있고 단체관광객 아저씨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서서 카페를 찍고 계셨다.
순간 난 여기가 북한이라도 된 것 같았다.

부암동이 '서울같지 않은 서울' 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난 이곳에서 사람들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스트레스를 경험하지 않는다.
교통체증도 없고 소음도 없다.
직장에 가기위해 밀리는 차안에 앉아 뒷차의 꽁무니를 째려보는 대신 자하문 언덕을 넘어 걸어서 카페에 오고 바람소리도 들을수 있다.
그제 눈이 왔을땐 나이가 무색하게 두근거림을 느낄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윗집 화가 아저씨는 종종 카페로 내려와 예전에 산에서 맷돼지가 내려왔던 얘기라던지 아래 슈퍼마켓 착한 개가 못된 동네 꼬마를 물어 동네주민 회의결과 총살을 당했던 슬픈 이야기등등을 하고 가신다.
수선집 아주머니는 한상자 주문했다며 귤을 한봉지 가득 덜어 주시고
이발소 아저씨는 눈이 많이 오던날 카페앞 눈을 말씀도 없이 쓸어주고 가셨다.
대물림을 하며 몇십년동안 방앗간을 꾸려가시는 할머니는 오늘도 이른아침부터 정성껏 머리를 말고 계신다.
마을분들과의 관계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마을 어른들이 손님들의 주차문제나 쓰레기처리 문제로 기다렸다는 듯이 호되게 야단을 치기도 하신다.
그럴때면 최근의 부암동의 원치 않은 변화에 이 카페도 일정부분의 역할을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카페가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고...조금씩 변해가는 부암동의 공기가 더울 우울하게 느껴진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부암동의 순박한 행복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
구경을 오는 사람에 이어 관광을 오는 사람들...발걸음 한번 하지 않은채 열심히 땅을 사들이고 건물을 사들이는 사람들..
그들은 돈으로 부암동을 사들이면 그들의 행복도 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집을 살래야 살수가 없다고 하고 오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반갑고 어리둥절하고 불안해하고 견재하고 술을 마시며 옛날을 이야기 한다.

예전 그러니깐 신사동 가로수길이 저지경이 되기 전까진 그곳에 살았고 그곳에서 놀았다.
그러다 '유럽 같은 골목길' 이란 타이틀로 기사화 되더니 가로수길의 토박이 가게들은 갑자기 뛰어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하나둘 문을 닫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보고자 했던 대로 지극히 유럽적인 카페들이 그 자리를 다 채워 지금은 무슨 유럽테마카페구역 이라 표현할만한 곳이 되어 버렸다.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을 찾아오는 그들은 여전히 서울 안에 서 있다.
조금씩 서울을 가지고 와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도 서울로 만들어 버릴것이다.
그리고는 서울은 왜이래야 하냐고 한탄을 하다 또 어느곳에 '서울같지 않는 서울'이 있다고 하면 신문을 들고 찾아가겠지....
그때는 이미 이발소와 수선집, 방앗간은 사라지거나 카페의 인테리어로 남거나 아예 테마박물관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서울 같다', '서울 같지 않다'는 건 장소로 구분되어지는 게 아니다.
그 곳에 있는 사람들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자신의 마음속에서 찾지 못한다면 세상 어느곳을 뒤져도 서울 같지 않은 곳이란 없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는 인터넷 여성의류쇼핑몰 촬영으로 시작된다. 그런 이유로 난 여성의류의 배경사진이 되는게 가장 무섭다.)

 

by soojinjang | 2008/01/13 01:15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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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정아 at 2008/01/13 17:00
나 오늘 이케아에서 멤버쉽 카드 왔다....ㅎㅎ
기분 좋네....체코에서부터 날아온 편지같은 느낌....
그나저나 너만의 부암동이 점점 몹쓸 곳이 되어 버리는 기분이넹....ㅜㅜ
Commented by 김라 at 2008/01/14 10:07
'부암동'의 원래모습이 보기 힘들어지기 전에 방문해야겠다는 생각.
Commented by soojinjang at 2008/01/14 10:12
와와!!! 나는 왜 아직 안오지? 서울이 먼져 와야는거 아냐?? 버럭!!
Commented by soojinjang at 2008/01/14 10:30
응 나도 김라의 일륜지대변화전에 얼른 봐야겠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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